다섯 손가락과 건강
1. 엄지
엄지는 우두머리를 상징한다. ‘내가 최고’하는 자신감과 일등의식이 동할 때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엄지는 넉넉한 마음, 부유함, 여유, 안락함의 상징이다. 엄지의 기운이 잘 발달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있고 푸근하다.
엄지 손가락에는 폐(肺)와 관련된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이 흘러간다. 폐(肺)란 글자를 살펴보면 고기 육(肉)변에 시장 시(市)자가 들어있는데 사실 재물과 연관이 있다.
시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익을 남기는 주체가 상인이다. 절묘하게도 폐경락이 출발하는 엄지손가락 끝의 경혈 명칭이 바로 소상(少商) 즉 소규모 상거래라는 뜻이다. 수태음폐경이 발달한 사람은 재물에 대한 상업적 두뇌회전이 빠르다.
예로부터 엄지로 흐르는 수태음폐경이 발달하고 엄지 아랫부분이 두툼하면 재산 복이 많다고 했다.
반대로 엄지손가락이 유달리 약한 사람은 자부심과 기백의 회복이 필요하다. 황제내경에 이르기를 폐장백(肺臟魄)이라, 즉 폐경락은 기백을 간직한다고 한다. 기백이 떨어진 사람은 유유한 배포와 함께 긍정적인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2. 검지
남의 잘못을 지적하려고 할 때나 욕하려고 삿대질할 때나 방향을 가리킬 때는 주로 둘째 손가락을 쓴다. 엄지가 주로 ‘나 위주’의 긍정적 에너지라면 검지는 주로 ‘너 위주’의 부정적 생각을 표현한다.
둘째 손가락에는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이 흐른다. 옛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부자가 된 사촌 앞에 상대적으로 자신이 가난하다는 이런 상대적 빈곤감을 느낄 때 작동하는 경락이 바로 수양명대장경이다.
배가 아픈 경우는 대부분 배가 차서 아픈 법인데 이 양명 기운이 차고 건조한 가을의 기운이다. 남이 잘못되면 좋아하고 잘될 때 질투하는 사람은 대장이 싸늘하게 식는다. 그래서 예로부터 둘째 손가락이 길면 가난할 상이라 한다.
양명은 바른 기운, 정기(正氣)다. 자동차로 보자면 브레이크 작용 즉, 절제력에 해당한다. 그러기에 맑고, 단단하고, 절도가 있으며,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계획성 있게 일을 한다. 잘못된 일을 보고 못 본 체하고 넘어가지 않고 날카롭게 따질 줄 안다.
만일 자신의 검지가 비교적 빈약한 편이라면, ‘주변 상황에 너무 흔들리지 않는가?’ ‘정도를 망각하고 분에 넘치는 삶, 나태한 삶을 살지는 않는가?’ 하는 의심과 항상 조심하며 반성해 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3. 중지
셋째 손가락에는 지성리듬인 수궐음심포(手厥陰心包) 경락이 흘러간다. ‘마음보’인 ‘심뽀를 잘 쓰라’는 말도 있는데 심포 경락은 지식의 저장창고에 해당한다. 심포경락이 잘 발달된 사람은 지식이 풍부하고 기억력이 좋다.
가운데 손가락이 유난히 긴 사람들은 대체로 지성리듬이 발달되어 학문적인 소질이 다분하다. 게다가 가운데 손가락 안쪽에 푸른 핏줄이 선명하며 손바닥까지 푸르면 대체로 심포경락이 무척 발달한 사람이다. 이 청록색이 궐음(厥陰)의 색이며 바람과 봄의 상징색이다.
누구든지 공부도 잘하고 명예도 얻고 권력도 잡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기 욕심 채우고 남 잘못되는 쪽으로 머리 굴리면 놀부 심뽀라는 말을 듣는다.
공부할 의욕이 떨어지는 수험생들 경우에 셋째 손가락 끝 중충혈을 손톱으로 눌러주면 기억력 증진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외우기가 싫어질 때 누르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고 머리 속에도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 가벼운 건망증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증상에도 곧잘 이 경락을 응용한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밝히자면 좌측 손가락은 우뇌와, 우측 손가락은 좌뇌와 연관지을 수 있다. 좌뇌는 수학, 언어, 논리 등을 주관하는 기능이 집중되어 있고, 우뇌는 이미지, 직관력, 연상력, 창조력 등을 관할하는 능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좌뇌는 디지털 뇌, 우뇌는 아날로그 뇌라고도 말한다.
양쪽 손을 비교해보아 만일 왼쪽 손의 궐음 경락이 더 발달했다면 우뇌, 오른손이 더 발달했다면 좌뇌가 더 발달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뇌의 아날로그적 이미지로 기억하는 정보의 양이 좌뇌의 분석적 디지털 뇌로 기억하는 양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어쨌든 수학적 지식 등 좌뇌에서 담당하는 분야가 기억나지 않으면 우측 중지, 문학이나 이미지 등 우뇌에서 담당하는 분야가 떠오르지 않으면 좌측 중지를 누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4. 약지
넷째 손가락으로 흐르는 경락은 지식을 저장하는 셋째 손가락의 경락과는 정반대로 지식을 배설하는 망각에 관여한다. 이를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이라 한다. 중지의 심포 경락을 흡수하는 ‘지식의 위장’이라고 한다면 약지의 삼초(三焦)경락은 배설하는 ‘지식의 대장’이라 할 수 있다.
창조적인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책상 앞에서 머리를 굴릴 때보다 오히려 화장실에서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고 한다. 화장실은 배설하는 곳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은 사람은 배설해야 다시 식욕이 생기듯이 많은 정보를 집어넣은 머리 또한 어느 정도 망각이라는 배설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담배, 마약, 수면제 등에 의존하거나 꿈이 어지러운 사람은 대체로 과거의 나쁜 기억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사람으로 망각의 통로 삼초 경락이 약한 사람이다. 그래서 불면증 등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은 넷째 손가락을 자극해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삼초의 기운이 과하게 되면 잘 잊어먹는 건망증이 생기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해 생긴 열등감으로 인한 분노가 쌓일 수도 있다.
약지가 발달한 사람은 대체로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등감에 빠질 수도 있는데 자신이 매우 소중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잘 개발하기 바란다.
삼초경에는 혁명정신,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창조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수소양 삼초경이 발달한 사람은 순수하다. 날카로운 풍자를 구사하는 유머감각도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혁명이나 혁신적인 정열이 있다는 것이다.
5. 애지
흔히 새끼 손가락을 펴 보이면 통상 애인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새끼 손가락 안쪽으로 흐르는 경락은 심장에서 흘러오는 소음경락이다.
새끼 손가락으로 흐르는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은 사랑과 예술의 감성리듬이다. 그래서 유별나게 새끼 손가락이 길고 수려하게 발달되어 있으면 예술가적 기질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수소음신경은 예술적 재능과 자기애, 미적 감각과 신명나는 기운에 해당한다.
아름답고 청초하고 매혹적인 이성을 볼 때의 가슴 두근거림, 사춘기 소녀들의 명랑함, 적당히 멋 부릴 줄 아는 미적 감각이 바로 수소음신경의 고양된 에너지이다.
수소음신경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결정이 신속하니 경솔하기 쉽고, 자기애가 강하니 공주병, 왕자병 같은 자기도취에 빠져 현실감각을 잊기 쉽다. 또한 쾌락에 탐닉하는 경향이 많아 건강을 잃고 말년이 불행하게 되기 쉽다.
첫째(폐)와 둘째(대장) 손가락은 1차적인 신체리듬, 셋째(심포)와 넷째(삼초)손가락은 3차적인 지성리듬이 흘러가는데 다섯째 손가락으로는 2차적인 감성리듬 두 줄기가 안쪽과 바깥쪽으로 흐른다. 안쪽으로는 심장 경락이, 바깥쪽으로는 소장 경락이 흘러간다. 그래서 폐와 대장, 심포와 삼초, 심과 소장을 각각 부부(夫婦)장부(臟腑)라고 한다.
새끼 손가락에는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과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이 흐른다. 수소음심경은 겨드랑이에서 새끼 손가락 안쪽 끝에 이르고 수태양소장경은 손톱 바깥 끝에서 시작하여 몸 속으로 들어간다. 수태양소장경은 피를 주관한다. 심장 경락은 따뜻한 이미지인데 반해 소장경락은 섬뜩한 이미지이다. 심경락은 사랑의 이미지가 있고 소장경락은 죽음의 이미지가 있다.
수태양소장경은 피를 흘리는 선뜻한 느낌을 연상시키는 경락이기는 하지만 피와 관련된 증상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경락이다. 과도한 출혈, 하혈, 빈혈 등 피와 관련된 증상에는 새끼 손가락 바깥쪽을 눌러주면 효과가 있다.
출처 - 다음 T!P